안나 카레니나

러시아 문학을 처음으로 접한 때는 고등학교 때였다.
하지만 입시와 판타지 소설 본다고? 제대로 세계문학은 접하지 않았다가
대학 들어가고 나서 서양사 수업을 듣던 중 담당교수가 하필
러시아 문학 빠돌이 -_-)z 결국 그 학기는 러시아 문학과 영화로
레포트를 빼곡이 채웠고 학기 끝나고도 심심풀이 삼아 읽어보기 시작한게
러시아 문학 덕질의 시작이었다 -_-)ㅋ

이번 안나 카레니나 번역은 문학동네에서 펴낸 번역판.
박형규 교수가 번역을 했고 2010년에 나온 책이니 
시기상으로 최신에 가까운 번역본이다. 

스토리는 제목인 안나 카레니나 에 집중해서 보자면 단순하다.
사랑 없이 결혼한 유부녀 안나 에게 브론스키 라는 청년이 열정적으로
접근해 사랑에 눈을 뜨고 브론스키에 대한 애정만으로 남편도 아이도
버리고 불륜을 시작했다가 다시 남겨진 아들에 대한 애정에 갈팡질팡하며
정신적으로 부서지고 무너지다가 마지막에는 열차투신으로 끝.

하지만 이 단순한 플롯 안에 레프 톨스토이는 당대 러시아 사회에 대한
심도깊은 해석과 귀족 농노 사회주의자 다양한 집단에 대한 묘사로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소설 첫 문장처럼 행복해지고 불행해지는 수많은 부부를 그리고 있다.

타인이 보기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만 사랑만으로 불륜을 시작한 안나
안나를 사랑하지만 타인이 보기에는 냉정하고 일에만 몰두한 알렉세이
자유롭고 감정에 솔직한 삶을 살기 위해 출셋길을 포기한 브론스키
불륜에 빠진 남편을 두고 있지만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마음을 다진 돌리
세상일을 전부 감정에 따라 처리하고 즐기기만 하는 스테판
농노-노동자에 대한 이상향을 가지고 있지만 귀족-계몽자 의 마음을 버리지 못한 레빈

다양한 등장인물들에 대한 톨스토이의 서술은 다양하다 못해 치열할 정도.
거기에 삶과 죽음, 종교, 결혼, 계급, 농민, 노동자, 정말 온갖 고민을 서술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톨스토이가 대단한 점이 이런 문제는 작가가 신의 시점에서
판단내리지도 않고 담담히 서술했다는 점이다. 독자가 작품을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작가에게 기대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작가의 판단' 을 보류하며
대신 작가 자신이 간접경험이던 직접경험이든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판단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라고 말하듯.

소설에서 큰 축이라면 안나 카레니나의 결혼 생활과 레빈의 결혼 생활
두 개의 축으로 나뉘어져있다. 안나 카레니나는 가정보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지면서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했고, 한번 구애에 실패했던 레빈은
자신의 영지에서 살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레빈과 마찬가지로 연애에
실패했지만 여행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깨달았던 키티에게 다시 구애한다.
감정에 충실했던 안나를 둘러싼 브론스키, 알렉세이 두 남자는 불행해졌지만
감정에 충실하면서 감정보다 더 중요한 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키티와 레빈 부부는 행복해졌다. 굳이 말하자면 이 두 부부를 보면서
톨스토이가 말하고 싶었던 점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학생생활을 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가장 중요한 점이 뭐가 남을까' 였다에
강박감이 있었다. 언제 다시 읽을 수 있을까 모르는 세계문학 / 필독서라면
그 경우는 더 심해진다. 하지만 읽으면서 확실하게 '이거다' 싶은 부분은 없었다.
다양한 인물상과 사회상에 대한 묘사, 심리서술, 사회에 대한 고찰은
대단하다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그런 서술들 중에서 마음에 딱 이거다 하고
확실하게 기록을 남겨주거나 어딘가에 써두고 싶은 구절이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적어두지 않으면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질테고
그럴 바에는 지금 남아있는 여운만이라도 적어두는 편이 더 생산적이다
그 생각에 적어준다면 나중에 다시 이 포스팅을 보면서 인상적인 내용이 생각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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