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왓치

스티븐 킹의 소설 빌 호지스 3부작 중에서 1부의 메르세데스 킬러를 기억하십니까
남의 차를 훔쳐다 사람들이 모여든 취업박람회장에 들이박아서 부상자와 사상자를 냈고
은퇴한 노인들이 컴퓨터에 약하다는 점을 악용해 정신적으로 몰아넣어서 자살을 유발하고
아이들이 모인 콘서트장에서 베어링볼과 폭약을 조합해 자살폭탄테러를 내려던 미치광이.
다행이 1부 주인공 빌 호지스와 동료들 손에 뇌손상이 올만큼 얻어맞고
식물인간 판정을 받아서 병원에서 영원히 나오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해
다시 볼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메르세데스 킬러. 그가 돌아왔습니다.

식물인간 상태로 있으면서 의사의 신약실험대로 살다가 생을 마칠 줄 알았던
메르세데스 킬러 브래디는 투약의 부작용인지 아니면 뇌가 반쯤 박살난 댓가인지
염력과 남의 몸에 들어갈 수 있다 는 두 가지 초능력에 눈을 뜬다.
처음에는 초능력이라 해도 별로 대단하지 않고 사용도 제한이 있어 실망하지만
곧 이 초능력의 멋진 활용법을 발견해 브래디는 초능력을 사용해 거대한 사업 을 꾸민다.
한편 브래디를 병원에 보내버린 빌 호지스와 친구들은 탐정회사 파인더스 키퍼스를 꾸려
경찰에서 은퇴한 뒤 제2의 노년을 보내는데 이들은 최근 일어나는 자살 사건을
수사하면서 얼핏 연관이 없어 보이는 자살 사건들에서 하나의 게임기와 Z 라는 이니셜을
발견하고 자살 사건이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이라 추리하는데

1부 전편에서 이어지는 내용이 많아서 읽기에 부담이 좀 갔지만 어떤가
1부도 빌려서 읽으면 그만이지. 그래서 오랫만에 빌 호지스 3부작을 다시 다 빌렸다 (으엥?)
아쉬운 부분을 보자면 역시 악당의 어리숙함. 작중 언급으로 확실히 머리는 좋고
창의력도 있는데 범죄를 꾸미면서 치밀하지 못하고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
자신의 울분을 사회에 풀어내겠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친 자기혐오의 화신.
그렇기에 얼핏 완벽하다는 계획을 짜면서 사소한 실수를 저지르고 그게 돌고 돌아서
자신의 몰락을 가져왔으니 어쩌랴 그게 자신에게 엄격하지 못한 실패자의 행동방식인걸
식물인간인 빌런이 다시 활약하기 위해 초능력을 두 가지나 줬지만
작중에서 활용한 초능력은 하나. 아마 글을 쓰면서 스티븐 킹 영감님이 까먹었거나
필요없다 싶어서 쳐냈지 않았을까 상상은 한다. 그래도 다른 초능력도 활용했으면
이야기 구성이 더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상상해보지만 어쩌겠어 작가의 마음인걸
그래도 구식 게임기를 이용해서 청소년들에게 접속하고 그 나이대 청소년들이 가진
자살하고 싶다는 마음 한 구석의 어둠을 살살 긁어내 자살로 인도하는 모습은
작중 표현대로 '자살의 황태자' 다웠다. 그리고 다양한 문제들로 자살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에 눈물도 찔끔 났고 말이지. 말했던가 자살자를 구할 수 있는 이는 슈퍼맨 뿐이라고

왕년의 형사 빌 호지스 탐정은 1부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나이 문제로 활약하지 못했다가
2부에서는 그럭저럭 조언자의 역할을 보이나 싶더니 3부에 들어서 불치병 판정.
처음 그 사실이 소설에서 나올 때 이게 빌 호지스의 약점이 되겠지 예상했는데 
왠걸 더 날아다닌다. 역시 사람은 죽음이 닥쳐올 때 비로소 100% 자기 힘을 낼지도
아니면 소설 마지막에 빌 호지스 형사의 묘비에 새겨진 '임무 완료' 라는 말처럼
빌 호지스 형사에게 메르세데스 킬러는 자기가 마지막까지 맡은 임무였으리라.

악당과 형사의 최후의 결투까지 가는 과정은 형사와 악당 둘 다 가진
신체적인 약점 때문에 치밀하면서도 이 두 사람 저러다 픽 죽어버리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으로 가득했지만, 최후의 결투 자체는 좀 싱겁게 끝난 감이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건조했던 빌 호지스 형사의 에필로그 때문인지
보면서 역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수단은 다른 사람의 선의 뿐이다 는 생각이 들었다.

0 Response to "엔드 오브 왓치"

댓글 쓰기